안녕하세요. 올라트예술학교입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가장 최근에 우리 학생들과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를 읽었는데요. 좀머씨 이야기를 읽은 후 쥐스킨트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어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에 대해 탐구해보는 시간을 마련해보았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점점 궁금해졌던 쥐스킨트의 작품세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기 위해서 그의 소설 중 베스트셀러로 알려지며 영화화 되었던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감상해 본 후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예술과뛰놀다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는 시간.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수업.
줄거리
18세기 프랑스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로 버려진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불행한 삶 속에서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천재적인 후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파리에서 운명적인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리게 된다.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의 후계자로 들어간다. 뛰어난 후각으로 파리를 열광시킬 최고의 향수를 탄생시키지만,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를 온전히 소유할 수 없었던 그는 해결책을 찾아 ‘향수의 낙원, 그라스’로 향하게 된다. 마침내 그곳에서 그는 그토록 원했던 자신만의 향수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다. 그후 ‘그라스’에서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의문의 사건이 계속되는데…
토크톡톡
예술과 뛰놀다 수업 후 각자의 생각을 토론하며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시각을 넓히는 시간.Talk & listening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수업.
(스포일러 주의)
1. 여러분은 어떤 하나의 생각이나 작업에 심취하여 몰두해 본 경험이 있나요? 여러분이 바라본 주인공 ‘그루누이’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루누이는 천재일까요, 광기에 사로잡힌 범죄자일까요.
선홍 : 천재이지만 가치관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 예술을 추구하다보면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을 하면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그러므로 앞으로 예술가들이 추구해야할 방향은 도덕주의적관점으로 예술을 하되 예술의 본질을 잊지않는것이다. 또 이 영화를 보면서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이라는 그림이 떠올랐는데, 총 4가지 장면으로 구성되어있다. 천국,타락,지옥, 그리고 열려있는 그림을 닫으면 지구가 나온다. 이 영화의 구성도 이 그림과 같이 그루누이가 천국의 향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타락하고 또 그 향을 맡은 사람들이 천국의 향에 취해 교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을 배반하며 타락하는모습이 그림과 굉장히 흡사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온 이집트의 전설처럼 마지막 장면에는 향수를 묻어버릴줄 알았는데 결국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지옥이 시작됨을 알리면서 끝이 나는게 인상깊었다. 그루누이가 순수예술을 추구하게 된 계기도 그루누이가 처하게 된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것 같다. 결국 그림을 닫으면 지구가 되는것처럼 몰락하게 되는것도 인간의 선택이고 천국에 계속 머무는것도 인간에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림을 닫으면 있는 구 옆에 있는 안타까운 표정의 신이 떠오른다. 신은 천국을 선물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 하는지는 인간의 몫인것 같다.
혜림 :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한 가지에 완전히 미쳐서 노력하는 모습은 삶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일까지 넘어오는 것은 인간의 도덕적인 도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루누이는 천재적으로 타고난 절대후각을 가졌지만 인간으로서 지니고 있어야할 고유의 인간성(영화에서는 사람의 체취를 지니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으로 표현되었다)을 지니지 못한 채 태어난 것 같다. 사람을 고귀한 생명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만 취급하며 이용만 하고 버리는 행동을 보면 광기에 가득찬 범죄자라고 생각한다.
준현 : 살면서 아직은 무언가에 완전히 심취하거나 몰두한적은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하나에 몰두해서 완벽을 추구하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루누이의 향기에 대한 절대적인 집중력과 열정은 인정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은 인간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루누이를 예술가 보다는 집착과 광기의 범죄자라고 생각한다.
2. 나에게 ‘그루누이’와 같은 천부적인 재능이 주어진다면, 그 재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상해보고 발표해봅시다.
선홍 : 그루누이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제대로 된 가정이 없었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채 외롭게 살아가야 했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막상 내가 그런 재능을 가지면 올바르게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루누이가 타락하게 된 것이 과연 그의 출생환경의 문제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그루누이가 평범한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천재성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더욱 교묘하게 활용해서 욕망을 실현시키지 않았을까. 그래서 너무나 커다란 재능은 양면의 칼날처럼 위태로운 축복인 듯하다. 그루누이의 삶을 바라보면서, 만약 나에게 그런 재능이 주어진다면 그 재능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가치관이나 철학적인 부가적인 교양교육을 받는데 힘쓸 것 같다.
혜림 : 온 세상의 냄새를 알고 맡고 느낄수 있다면, 세상의 냄새들을 음악에 접목시켜서 남들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킬 것 같다.
준현 : 나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 재능을 썩히지 않고, 더 높은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실력이 나의 가치가 되고, 내가 세상을 필요로하는 것이아니라,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영향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