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올라트예술학교입니다. 튀르키예의 지진으로 전세계가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때론 너무나 커다란 슬픔은 감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직감하게 합니다. 인간의 삶에 고통과 슬픔, 눈물겨운 이별과 같은 아픔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고난과 힘겨움이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숙명과도 같이 짊어지워진 삶의 무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튀르키예 지진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하루빨리 회복과 안식이 찾아오기를 소원합니다. 이번 주 ‘예술과 뛰놀다’시간에는 어린시절의 아픔을 간직한 채 마음의 문을 닫고 자연 속으로 숨어버린 소녀의 일생을 다룬 동명소설 원작의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감상한 후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예술과뛰놀다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는 시간.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수업.

소개
어렸을 때 가족에게 버림받고 자연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카야. 그녀가 세상과 단절된 채 성장하는 가운데, 테이트가 그녀의 마음을 두드린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 밀려오는 외로움 속 체이스가 그녀에게 적극적인 고백을 하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체이스는 습지에서 추락사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카야는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된다. 그녀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

토크톡톡
예술과 뛰놀다 수업 후 각자의 생각을 토론하며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시각을 넓히는 시간.Talk & listening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수업.
(스포일러 주의)

1.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주인공 카야는 평생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습지’의 삶을 선택하는데요. 카야는 왜 ‘습지’에 남아 혼자 살아가려 했을까요. 카야의 성장과정과 습지의 배경 등을 떠올려보면서, 카야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글쓰기를 해봅시다.
선홍 : 나도 카야처럼 가족들을 기다리면서라도 습지에 남아있을것 같다. 카야의 삶을 한번 돌아보면 항상 사랑을 못 받으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외로웠던 것 같다. 그래서 테이트와 체이스가 다가왔을 때 금새 마음을 열고, 나중에는 집착하듯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준 듯 하다. 체이스가 올바르지 못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조금씩 드러냈음에도 카야가 단호하게 뿌리치거나 헤어지지 않았던 이유 또한 어린시절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채 애정이 결핍된 자아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속되었던 탓이라 생각한다. 폭력적이었음에도 유일하게 카야 곁에 남아있던 아버지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테이트가 떠난 자리를 채워주었던 체이스가 나쁜 사람이었음을 느꼈을텐데도 그 독단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을 단호하게 버리지 못하는 과정들이 카야의 오랜 외로움과 결핍에서 기인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다. 카야는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내 주었지만 끝내 체이스를 죽인 이유도 더이상 체이스가 사랑의 형태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모습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체이스가 카야의 가장 깊고 아픈 약점을 건드려 버린 것 같다. 카야는 오랜시간 습지의 생태 속에 융화되어 살아가면서 생물로서의 인간과 사회적인간의 경계선에 자리잡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태계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았을때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것(마을의 사람들, 공동체 사회 등)을 경계하고 조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 곳곳에서 카야가 자연의 법칙이나 순리에 관한 나레이션을 하거나, 습지의 자연환경을 비춰주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런 장면들이 카야의 존재를 설명해주는 듯 하다.
혜림 : 카야는 어린시절, 사랑했던 가족들이 모두 자신을 떠났고, 사랑이라 믿었던 테이트 마저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나를 버리고 떠나는 존재’라는 공식이 마음 속 깊이 박혀 버렸을 것이다. 너무나 여러번 같은 패턴의 상처를 겪었기 때문에, 점점 사람에 대한 희망보다는 상처와 절망이 더 큰 채로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켜버릴 수밖에 없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카야는 극심한 외로움으로 늘 자신에게 돌아올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카야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준현 : 카야는 아버지의 폭행으로 인해 하나 둘 떠나는 가족들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면서도 끝내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평생 머무르며 그리운 가족을 기다린다. 하지만 끝끝내 카야의 아버지마저 무책임하게 자신을 버렸기 때문에 어렸을 적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딛고 일어서기에는 힘들었을 것 같고, 그로인해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며 살아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카야의 주변에 선한 마음을 가지고 그녀를 도우려 손내민 사람들도 존재하긴 했지만 카야에게 자리잡은 커다란 트라우마를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계속 상처받느니 차라리 혼자 습지에 남아 홀로 자연을 탐구하는 삶을 택하지 않았을까.

2.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감상한 후, 카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 형식으로 남겨봅시다.
선홍 : 카야에게. 습지에서 네가 보여준 독립적인 삶의 방식들을 나는 칭찬해주고 싶어. 어린시절의 크나큰 트라우마를 딛고 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느꼈어. 다만 너도 어쩔 수 없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태어난 이상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자본과 대인관계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만의 습지가 안전하고 아름다운 너의 울타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위해 힘들겠지만 너만의 알을 깨고 나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봐. 습지에서 너의 삶은 더할나위 없이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반면 법정에서 시종일관 마음의 문을 닫은채 침묵으로 일관하는 너의 모습은 습지에서의 적극성과 너무나 동떨어져보여서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어. 카야, 너에게 삶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부디 너의 가치관을 잘 형성하길 바라.
혜림 : 어린 시절의 카야에게. 안녕 카야, 넌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유난히 상처를 많이 받았지. 첫사랑인 테이트와의 중요한 데이트 약속이 깨어져버렸을때 무너질듯한 절망을 표현하던 너의 모습이 뇌리에 남았어. 카야…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거 알아. 학교에 처음갔던날도, 체이스에게 폭력을 당했던 날도 나는 너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어. 그렇지만 카야. 몸에 상처가 나면 약을 발라서 치료를 해야 나아지는 것 처럼, 마음 속 상처를 치료하지않고 그 상황을 평생 피하기만 한다면 그 상처는 나아지지 않아. 더욱 깊어지고 덧날 뿐이야. 니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을로 나와서 아줌마, 아저씨와 거래를 했던 것처럼, 사람은 사는동안 어떻게든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될 수 밖에 없어.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면, 그 경험이 약이 되어서 앞으로 상처를 받았을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되는거야. 너의 상처받은 마음을 너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위로도 얻으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 그러다보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너의 그릇이 점점 커지게 될거라 믿어. 너는 그림도 잘그리고,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너의 재능을 홀로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 내 놓는다면 너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게 될거야. 사람은 혼자서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타인과 행복을 나누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를 바라. 카야,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응원할게!
준현 : 20살의 카야에게. 카야야.. 체이스에 대한 너의 대처방법을 바라보면서 조금 안타까웠던 것 같아. 체이스에게도 그리고 카야 너 자신에게도 더 나은 복수 혹은 처벌의 방법을 더욱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을텐데… 이제 다 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나라면 체이스를 그렇게 만들지 않고, 카야 네가 가진 작가로서의 재능을 세상에 널리 떨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어서 체이스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도 좋았을 것 같아. 그렇게되면 네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도 되었고, 너의 역사속에 그런 죄의 흔적이 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